개발자로서 꽤 괜찮은 점이라면, 다른 사람이 만든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대략의 사용법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당연히 팝업메뉴가 튀어나온다. 프로그래머가 제정신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만든다. 이점은 스마트폰에서도 비슷하게 동작한다. 윈도 모바일6.1을 운영체제로 사용하는 m480(미라지)에서는 화면을 누른 상태를 유지하면, 팝업메뉴가 튀어나왔다. 즉, 윈도모바일에서는 마우스 왼쪽, 오른쪽 클릭을 탭핑 시간으로 구분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어딘가 관련된 메뉴를 화면에 보여줘야 한다. 이런 식으로, 윈도기반 UI에는 기본적인 룰이 있고,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는 이 룰을 잘 따른다. 사실, 그것을 거스르기가 더 힘들다.
이제, 아이폰 얘기다. 사람들이 애플의 UI는 직관적이라고 한다. 이 말이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데에는 하드웨어적 완성도와 운영체제가 받쳐줬기 때문이지만, 확실히 익히기 쉽다. 아마, 내가 개발자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MS의 UI에 익숙하지 않았더라면 더 쉬웠을 것이다. 아이폰에서 iTunes의 다운로드 목록을 지우는 방법을 모르겠다. 또 다운받은 Podcast를 지우는 방법을 모르겠다. 구글을 뒤져보니 혹자는 PC와 연결해서 iTunes에서 지워야 한단다. 그렇게 했다. 그렇지만 다운로드 목록은 지우지 못했다. 사용자 편의성이 좋아 그렇게 호평 받는다는 iTunes를 욕하며 구글을 좀 더 뒤졌다. 해당 항목을 좌우로 쓱~ 문질러주면 된다 길래 해보니 정말 삭제 메뉴가 떴다. 이로서 애플은 지저분한 ‘삭제’메뉴나 버튼을 만들지 않을 수 있었다. 이는 클릭, 클릭으로 동작하는 윈도모바일(적어도 6.5.2까지는)에서는 애당초 구현이 불가능한 방법이다. 윈도개발자인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런 사용자는 분명히 많다.
어느 것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한가지 분명한 점은 MS의 UI가 나 상상력의 울타리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을 아이폰이 약간 걷어줬다. 이런 경험을 나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이 하게 되면서 더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나는 이런 변화를 즐겁게 바라볼 것이고, 좀 더 변하기 위해서 맥북도 질러야겠다. ㅋㅋ